* -센고쿠 군이 또 걸음 해주실 날만을 고대하고 있겠슴다. 겨울의 초입,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 싸락눈이 포슬포슬 내리고 있었다. 마루에서 내려와 신을 찾는 센고쿠 시노부의 등에 타카미네 미도리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하아-. 숨을 크게 내쉬어 자신의 입 앞에서 흩어지는 입김을 보며 시노부가 웃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꼭 올 것이오. 봄꽃보다 빨리 오겠다 약속하오. 대충 발을 구겨 넣은 신을 고쳐 신고 시노부는 미도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음에 또. 시노부의 기척이 사라지자 미도리는 곱게 접어 손에 소중히 쥐고 있던 종이를 펼쳤다. 옅게 웃으며 그것을 코에 대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시노부의 향기가 배어있었다. 작은 들꽃 같은 사람이었다...
https://youtu.be/eVsVWSq_wNE * 「잘 있어요, 고마웠어요.」 어두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공중전화 박스 안엔 세나 이즈미가 서있었다. 그에게 이별을 고한 유우키 마코토의 목소리가 여즉 생생하다. 전화는 이미 한참 전에 끊겼는데도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씹어댔다. 제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마코토에게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자신이 멋대로 설정해 준 컬러링만이 계속해서 들려올 뿐이었다. 전화박스 바깥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시곗바늘은 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장마가 막 시작된 어느 새벽이었다. 비를 잔뜩 맞아 축축하게 젖은 몸을 이끌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에 눈을 떠 보니 제 침대 위에 누워 있..
창문을 툭툭 두드리는 아침의 빗소리가 나른하다. 마코토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았다. 10시가 조금 덜 된 시각이었다. 막 씻고 욕실에서 나오는 차에 타이밍 좋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아아,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말이지. 비나 오고 말이야... 완-전 짜증나.] 입을 삐죽 내밀고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고 있을 이즈미가 눈에 선해 그에겐 들리지 않게 풋. 하고 작게 웃었다. "전 괜찮아요. 응, 열한시까지. 이따 봐요." [유우 군, 예쁘게 하고 나와?] 마지막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창문을 열어 기온을 체크했다. 크게 쌀쌀하진 않구나. 얇은 셔츠에 카디건을 걸치면 되겠지.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머리를 다듬었다. 마지막으로 항상 끼고 다니던 파란 뿔테 안경을 들고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