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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제나 너는 소문의 한가운데에 서있었다.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의연하게 앞으로 걸어나가는 네 뒷모습에선, 희미한 겨울의 향기가 맴돌았다.
*
해진이 수린과 처음 마주한 건 언제였을까.
어둡던 그 겨울밤의 학교에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전이었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한창 벚꽃이 흩날리던 즈음이었다. 세상은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하고, 모두가 신학기의 설렘으로 들떠 있을 무렵. 그때 해진은 제 일만으로도 벅차 잠시 고갤 돌릴 틈조차 없었다. 그 와중에도 유난히 귀에 꽂히는 이야기가 있었다.
'괴이 현상' 에 미쳐있다는 학생회장의 소문.
생판 모르는 남의 이야기였을뿐더러,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었기에 들려오는 족족 무심히 흘려버렸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해진은 선생님께 부탁받은 책을 한 아름 들고 복도를 걷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오던 아이를 뒤늦게 발견하곤 급하게 피한 탓에, 중심을 잃고 책을 두어 권 떨어뜨렸다. 그 아이는 묵묵히 허리를 숙여 책을 주워줬고, 감사 인사라도 하려 교복의 명찰에 눈길을 던졌다. 은 수린, 아마 이 학교 학생회장의 이름이었던가.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무성하던 '그 소문' 에 까지 이르렀다. 이상한 취미가 있고, 유능하지만, 쌀쌀맞고, 완고하고. 언제나 혼자인 녀석. 차분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신을 지나쳐가는 그의 뒷모습을, 그 자리에 선 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교정 안에서 수린 혼자만이 놀라울 만큼 무채색이었다.
그때 네 얼굴은 조금 울 것 같기도 했고, 어째선지 절박한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이가 보기엔 한없이 차가운 무표정이었겠지만, 어딘가 너는 나와 조금 닮아 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줄곧 신경 쓰이던 학생회장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가득한 그 상황에서, 너는 재미있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널 처음 본 순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걸 마음 깊숙이 묻어두고, 싱긋 웃으며 너를 바라봤다.
"재미 있어? 어떤 점이~?"
너의 봄은 따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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