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eVsVWSq_wNE * 「잘 있어요, 고마웠어요.」 어두운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공중전화 박스 안엔 세나 이즈미가 서있었다. 그에게 이별을 고한 유우키 마코토의 목소리가 여즉 생생하다. 전화는 이미 한참 전에 끊겼는데도 수화기를 귀에 댄 채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씹어댔다. 제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 마코토에게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자신이 멋대로 설정해 준 컬러링만이 계속해서 들려올 뿐이었다. 전화박스 바깥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고, 시곗바늘은 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장마가 막 시작된 어느 새벽이었다. 비를 잔뜩 맞아 축축하게 젖은 몸을 이끌고 어떻게 집으로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에 눈을 떠 보니 제 침대 위에 누워 있..
창문을 툭툭 두드리는 아침의 빗소리가 나른하다. 마코토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았다. 10시가 조금 덜 된 시각이었다. 막 씻고 욕실에서 나오는 차에 타이밍 좋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아아, 모처럼의 데이트인데 말이지. 비나 오고 말이야... 완-전 짜증나.] 입을 삐죽 내밀고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고 있을 이즈미가 눈에 선해 그에겐 들리지 않게 풋. 하고 작게 웃었다. "전 괜찮아요. 응, 열한시까지. 이따 봐요." [유우 군, 예쁘게 하고 나와?] 마지막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창문을 열어 기온을 체크했다. 크게 쌀쌀하진 않구나. 얇은 셔츠에 카디건을 걸치면 되겠지. 거울 앞에서 한참이나 머리를 다듬었다. 마지막으로 항상 끼고 다니던 파란 뿔테 안경을 들고 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히지카타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 내가 여기 갇히게 된 걸까. 그것도 하필 저 얼빠진 도둑놈이랑 같이... 분명 자신은 이 곳의 보석을 훔치겠다는 맹랑하기 짝이 없는 예고장을 받고 그 도둑놈을 잡으러 온 터였다. 여기엔 그 놈이 노리는 물건 뿐 아니라 각종 진귀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다. 경찰들이 마구잡이로 휘젓고 다니다 혹여나 보석에 손상이라도 생길까 하여 맨몸으로 혼자 들이닥쳤다. 어떤 범죄자도 다 거뜬히 잡아내 작살을 내버리는 귀신형사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이기에 딱히 어려울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어쭙잖은 자만심이 지금 이 상황의 화근이었다. 무언가 보안 스위치를 잘못 건드린 것일까, 돌연 불이 다 꺼지고 모든 문의 셔터가 내려갔다. 불이 꺼짐..